이 책은 2016년에 발간된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의 후속작이다. 앞서 발간된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후속작을 먼저 읽는다는 것이, 사실 내 성격에는 아주 부대끼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허접하게나마 앞서 발간된 책의 논지를 대강 훑고나서야 이 책을 손에 들 수 있었다. 이 책은, 전작에 비해 덜 강렬했으나, 나를 행동하도록 만들기에는 충분히 강렬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머리 속에 떠다니는 단어들을 적어 보았다. 새로운 기술, 인간, 협력, 거버넌스, 가치, 리더십, 시스템, 사람중심…… 한 마디로, 이 책은 “인간 중심적이고 사회적 가치에 기반을 두는 기술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한 감정이 안개처럼 깔려 있었다. “휴머니즘”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나로서는 그다지 반가운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4차 산업혁명이 이 시대의 세계관을 어떻게 이끌어 가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어서, 이 시대의 기술을 대하는 기독교적인 관점을 고민하는 데에 유용한 참고서가 되는 책이다. 특히 이 책은, 기술이라는 것이 인간의 행동 양식과 정체성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에, 나 스스로가 선택하지도 않은 가치관이 기술의 변화에 의해 저절로 주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그동안은 아무 생각없이 신기술의 해택을 누리기만 했구나 싶어 정신이 바짝 들었다.
따라서 나는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인간중심적’ 대안들을 활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 다만 제4차 산업혁명의 실체를 이해하는 참고서로 사용하면서, 이 기술들을 ‘신중심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활용하고자 한다. 이에, 저자가 성공적인 제4차 산업혁명을 위해 정부와 기업과 개인에게 요구한 실천사항을 다음과 같이 수정하여 제시해 본다.
첫째, 크리스천 정부 관계자들은 재빠르게 거버넌스를 구축하되 크리스천 기업 및 크리스천 시민단체와의 협력을 최대한 확보해야 할 것이며, 가능한 한 비성경적인 전통과 제도와는 경계를 쌓아야 할 것이다. 둘째, 크리스천 기업들은, 개발된 기술을 새로운 업무 환경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되 하나님 나라의 유익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목적을 갖고 기술을 개발하고 사용해야 할 것이다. 셋째, 각 크리스천들은, 새로운 기술을 성경적인 관점으로 탐구하고 실험하고 사용해야 할 것이며, 비성경적인 기술을 적용하는 정부와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수정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크리스천 리더들의 책임을 당부하고 싶다.
저자의 주장처럼,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모든 분야의 리더들은 기술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자신들의 결정으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될 사람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 선을 악이라고 하고 악을 선이라고 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천 리더들은, 자신들이 제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을 어떻게 다루고 사용하느냐 하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선악의 문제로 인식될 수 있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